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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물론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말이다. 어느 나라, 어느 곳을 가던지 항상 착한 사람있으면 나쁜 사람 있는 것처럼 한 반에 예쁘고 인기있는 애 있으면 반대로 못 난애도 있고 다 그런거지.
즉, 일본이라 해서 정 있는 사람이 없을거야 라는 생각자체가 대단한 모순을 품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실제 내가 이 곳 도쿄 생활에 편입한지 근 6개월이 되어가는 동안 나는 아직 정다운 정을 느끼지 못한터라 여러모로 아무래도 관동지방 사람들은 좀 차갑지..라는 생각을 은연중에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뭐 특별히 정이 없다고 할 만한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데, 유난히 혼자 먹는 점심 문화라던가, 타인과 연루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해 보이지 않는 그들이었기에, 내가 느낀 도쿄라는 도시는 "타인의 시선없이 혼자 살기에 최고인 도시"라는 느낌이 강하게 지배해있었던 것이다.
어쨋든 , 그러던 차에 나의 취미생활을 실천하러 난 거리로 나섰다. 여기서 살면서 새로 생긴, 그리고 요즘 가장 행복한 나의 취미는 바로 자전거 여행이다. 지난 주 주말에도 어김없이 홀로 자전거 여행을 하고 있었다,.여행이라 했지만 사실 그다지 거창할 것도 없고 잘 정비되고 산뜻한 집 주위 길들을 돌다 장이나 봐 오는 그런 것이었다.
워낙 골목골목이 발달한 일본이기에 매일가도 신기한 길이 나오고 처음 보는 골목이 튀어나오는데, 집 주인이 정성껏 치장해 놓은 꽃이라던가, 알록달록한 건물들, 하염없이 느긋하고 우아하게 앉아 있는 고양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그 시간들은 정말로 황홀한 시간들이 되어주기에 충분했다.
마른 몸에 이가 거의 빠져서 아마도 대단히 연세를 잡수셨을 것이라는 추측이 드는 야사이상의 주인인 그 할머니를 만나게 된 것은 토자이선 라인인 카사이 근방으로 자전거를 몰다가 커다란 가구점을 발견하고 막 구경차 나오던 무렵이었다.
너무도 신기하게 야채들이 길거리에 널려있었다. 전혀 재래시장 같은 분위기의 길이 아니었는데 마치 한국의 굴다리 시장에서나 볼 법한 그런 가게였다. 원래 사려고 했던 양배추와 양상치를 잡고 둘러보니, 먹음직스러운 토마토는 2개에 230엔 이었다. 보통 마트서 99엔 정도 하는 토마토보다 배는 큰 정말 튼실해 보이는 토마토를 한 개만 사고 싶었던 나는(저 양이면 다 먹기도 전에 금방 쓰레기로 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죄송하지만 토마토는 한 개씩 팔지 않나요?"라고 물어봤다. 할머니는 토마토는 저것 뿐이야. 다케... 라는 표현만 하셨고 난 그렇습니까 하면서 원래 사려던 양상치와 양배추를 샀다. 배추는 정말이지 3-4군데 돌았던 그 어떤 동네마트에서도 만날 수 없는 커다란 크기의 배추였다.
그리고 산 야채를 가게 바로 앞 자전거에 싣고 돌아서는데, 사람들 사이로 할머니가 나를 부른다. 손에는 꼬깃꼬깃 감춰둔 돈을 꺼내듯, 토마토 한 개를 쥐고서 말이다.
"이거, 서비스다요!" "어차피 상처 여기 조그많게 난건데 이거 잘라내고 먹으렴,." 하시는 거였다.
"프레젠토데스까?"(급감격 ㅜㅜ) "그렇지용~"(할머니 말투가 딱 이렇슴 ㅋㅋ;;)
"아리가또오 고자이마스" "하이" "정말로 고맙습니다.....ㅠㅠ"
그 할머니의 토마토 한 개에서 난 알 수 없는 정을 느꼈다. 흔히들 일본의 식당은 우리 식당처럼 반찬을 리필해주는 문화도 없고(이건 패스트푸드점의 콜라도 마찬가지!) 워낙 자연스러운 더치 패이 문화나(세상에 다같이 먹고 한 줄로 자기 먹은 것만 결재하는 풍경이란!) 그 밖의 여러 것들에서 아무래도 한국인보다 정확하고 똑 부러지지만, 조금 정이 부족하지 않은가. 하고 느껴왔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가 무서운 것처럼, 이렇게 나는 일본인에게도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었다.
흔히들 내성적이고 혼네(속마음)표현을 안 한다고 보여지는 일본인들.. 그러나, 그들에게도 소박한 정이 분명 존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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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구나 내 얼음집. 새로운 곳에서 만나는 나의 3년 전 얼음집. 엠파스의 몰락으로 이렇게 다시 만나게 해줄줄이야. 어쩌면 진정한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새로운 숨겨둔 아지트가 되길 바랄께.
안녕. 루도빅. 너의 그 방긋한 웃음이 그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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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현 연재소설
• [달콤한 나의 도시][1]
| 발행일 : 2005.10.31 / 사람 A26 면 기고자 : 정이현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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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 성년의 날 옛 애인의 결혼식 날, 사람들은 뭘 할까? 혼자서 훌쩍 여행을 떠나버릴 수도 있겠지. 남태평양의 해변가에 누워 칵테일주스를 한 모금 마시면서 까짓것 쿨하게 행복을 빌어주는 거다. 아니면 돌멩이가 잔뜩 든 배낭을 메고 북한산에 오르거나 걸어서 잠수교를 횡단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산하는 길 위에 돌멩이를 하나씩 버리다가 혹은 찰랑이는 강물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려도 좋겠다. 그렇다면 나는? 나는, 출근을 했다. 수요일 아침 세상의 다른 모든 회사원처럼 말이다. 올해의 연차 휴가는 지난 여름에 이미 깡그리 써버렸을뿐더러 오후에는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이 있었다. “부장님, 저 북한산엘 좀 다녀와야 해서 하루만 쉬어야겠는데요”라고 말할 수는 도저히 없는 형편이었다. 그렇다고, 주말이나 휴일이 아니라 왜 하필 수요일에 결혼하는 거냐며 오늘의 신랑에게 전화해 항의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그 정도로 뻔뻔한 인간은 아니었다. 더 솔직하게 말하자면, 점심시간이 될 때까지 오늘이 그날이라는 사실도 깜빡 잊어버리고 있었다. 디데이를 알려준 것은 휴대전화의 기념일 알림 서비스였다. AM 11:59에서 12:00로 넘어가는 찰나, 점심으로 포호아의 월남국수를 먹을까 동천홍의 자장면을 먹을까 고민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벨이 울렸다. 액정화면에 ‘애도! 고릴라 사망’ 이라는 글자가 떴다. 고릴라는, 본인은 결코 인정하려 들지 않던 그의 별명이었다. 고릴라는 내 입에서 어쩌다 결혼이라는 단어만 나와도 부르르 몸을 떨던 녀석이었다. “너는 무슨 여자애가 그렇게 의식이 없냐. 한국 사회에서 결혼이 얼마나 힘든 굴레인지 몰라? 식 올리는 순간, 바로 무덤에 들어가 눕는 거라고.” 제 입으로 무덤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으니, 열두 시 정각, 강남 모처의 예식장에서 그는 꼴까닥 숨이 넘어가 버렸을 터였다. 형식적이고 부질없는 제도의 결합 따위에 목매지 말고 영원히 자유롭게 사랑하며 살자고 감언이설을 풀 때는 언제고, 놈은 나와 헤어진 지 6 개월도 안 되어 청첩장을 보내왔다. 동봉한 포스트잇에 〈친애하는 우리 은수. 우리 정말 식구 같았잖아. 너라면 진심으로 축하해주리라 믿는다. 건강해라!〉 라고 씌어 있었다. 괴발개발, 천하의 악필은 여전했다. 아니, 그리고 대체 무슨 자격으로 ‘우리’라는 표현을 입에 올리는 거냐고! 나는 청첩장과 포스트잇을 차례로 북북 찢어 쓰레기통에 버린 다음, 애니콜의 기념일 알림 서비스 메뉴에 들어가 녀석의 결혼일시를 입력했다. 그 시간이 오면, 남쪽 방향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엄숙하게 묵념한 뒤에, 국화꽃 한 송이를 땅바닥에 깔고 하이힐 굽으로 짓이길 생각이었다. 마침내 휴대전화가 그 순간을 알려왔으니 이제 참았던 분노를 폭발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피가 거꾸로 치솟지도, 가슴이 두근거리지도, 심장이 벌렁거리지도 않는다. 배신감도, 질투도, 자기연민도 느껴지지 않는다. 평상시의 정오 무렵처럼 몹시 배가 고플 뿐이다. 자장면을 곱빼기로 주문하여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어 보았다. 트림만 나올 뿐 역시 격렬한 감정은 끓어오르지 않았다. 남태평양 리조트의 칵테일주스 대신, 3800원짜리 스타벅스 카페모카를 손에 들고 사무실로 돌아오는 동안 나는 희한한 고민에 휩싸였다. 나는 그를 사랑했다. 그도 나를 사랑했다. 틀림없이, 그렇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왜, 아무렇지도 않은 거지? 혹시, 내 피가 미지근하게 식어버린 건가? 앞으로 이렇게 점점 더 차가워져 갈 일만 남은 건가? 더럭 겁이 났다. 이러다가 곧, 냉동 칸의 동태처럼 꽁꽁 얼어붙은 채 늙어갈지도 모른다. 영원히 무감동한 인간으로 말이다. 시럽을 듬뿍 넣었음에도 카페모카는 입 안을 쓰게 휘감았다. 옛 애인과의 그리운 추억 때문이 아니다. 흐리멍덩한 동태눈깔 같을 내 미래 때문에 콧등이 시큰해져 왔다. 시계를 보았다. 두 시간 뒤면 경쟁 프레젠테이션이었다. 마스카라가 번지면 끝장이다. 나는 화장실 문을 걸어 잠그고 통곡하는 대신, 팽, 힘차게 코를 풀었다. 옛 애인의 결혼식 날 울지 않다니. 비로소 진짜 어른이 된 기분이었다. 그림 = 권신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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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보고 오랜만에 참, 많은 생각을 했다. 사실 머릿속은 뒤죽박죽이 되었지만, 극장에서 뻔하디 뻔한 코미디나 주류 영화를 보는 것보다 이런 인디나 선댄스 영화, 그리고 지금 한창 잘 나가는 지난 주 브로큰 백 마운틴의 감동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다시 만난 제이크 질렌할의 앳띤 모습은 내 가슴을 흔들어 놓기 충분했다. 마치 내가 소녀시절 한창 좋아했던 키아누 리브스와 왠지 입 주위가 비슷한 느낌이다. 완전 미남은 아니지만, 미묘한 웃음. 게다가 사랑스런 커스틴 던스트의 연인이었지 않은가. 워낙 깨졌다 붙었다를 반복해서 지금은 어찌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맨 먼저 이 영화를 보고 낯이 익은 배우는 사실 드류 베리모어였다. 아니, 그리고 엔딩 크레딧 올라갈 땐 패트릭 스웨이지 이름까지.정말 이 영환 만약 몽상가적 기질이 다분한 반항기 많은 고등학생이 보앗으면 통쾌할런지도 모를만한 영화이다. 아동 포르노 산업에 종사하는 잘 나가는 유명 스타 한테 쇼프로에 나가서 한방 먹이는 장면이나, 자신의 분신이나 자아같은 토끼 프랭크란 괴물을 불러들여 이야기 하는 장면, 그로테스크하고 음습한 영화의 분위기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리는 음악들까지. 정말, 오랫만에 본 너무나 나의 오감을 자극하는 영화였다. 하지만, 그 미들섹스 고교의 우스꽝스런 동상은 무얼 의미하며,. 그 미친 할머니의 정확한 존재, 항상 도니를 흠모하는 분위기를 풍기는 동양계 뚱보 여학생, 그리고, 할로윈데이 떄 도니의 누나가 "내 친구 프랭키 어있어요?" 하는 장면(이걸 보면 누나도 괴물 프랭키와 소통하고 있단 이야긴가), 맨 막지막에 도니가 죽고나서, 도니의 여자친구 그레첸이 그 집앞을 자전거 타고 무심히 지나치는데 도니다코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한 점, ㅇ냉혹하리만큼 정신 분열적인 변태 고딩 역할을 너무나 잘 소화한 길렌할. 게다가 극 중 누가가 실제 영화배우이자 누나인 매기 질렌할이다. 그 누난 듀카키스를 찍자!라고 말하는데, 이 또한 감독의 80년대 후반 정치 성향이 개입되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혹자는 나비효과의 연장선상이라 했는데, 내 생각엔 초반에만 신선하다가 뻔한 결말을 주는 나비효과보다 훨씬 더 디테일한 요소요소들이 잘 살아 있어 생각할 꺼리를 주는 영화라 보여지며, 누구는 식스센스와 멀홀랜드 드라이브의 접점이라 했는데, 그 두영화는 안타깝게도 내가 제대로 본 작품이 하나도 없으니 뭐라 견주어 말하기는 힘들다고 고백할 수 밖에 없다. 여하튼, 간간멘 명화극장 이런걸로 2시반까지 잠안자고 꼼짝없이 집중해서 본 영화. 헤더스가 코믹버젼 공주병 고딩 영화라면 이건 호러, 그로테스크적 고딩영화. 하지만, 영화속엔 뫼비우스의 띠 등 많은철학적, 사회적 비판과 냉소의 시선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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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기업이든 개인한테든 소득세 한 푼 안 걷음. 유가 폭등과 9.11 테러로 불안을 느낀 미국의 아랍 자금들도 지금 대거 두바이에 투입 중. 그 실체를 완전히 드러내지 않은 사막의 거대한 신기루처럼 800여 미터에 이르는 최고층 빌딩과 환상적인 인공 섬 리조트 거대 조성 중. 하루에 1500달러에서 만 오천 달러정도로 비싼 주변 호텔들도 이미 올 시즌 예약마감.
쳇. 뭐야. 우린 날마다 “연일 석유 값 상승중이니 난방비를 줄이자!” 또는 “겨울 철 실내 온도를 3도만 낮추자!”라고 울부짖는데, 여긴 도대체 어떤 도시 길래, 이렇게 주구 장창 잘 나가는지 원.
두바이에 관한 주간지의 경제면 한 토막을 읽다가 문득 미나 언니가 생각났다. 언니는 잘 있을까? 그 때 일을 생각하면 살포시 웃음만 나온다.
미나 언니는 내가 지난여름, 동생과 여행하기 위해 런던에 가려고 비행기를 탔을 때 경유지였던 홍콩 공항에서 우연히 만났던 유일한 한국인이었다. 당시 브리티시 항공이 갑자기 파업에 들어가는 바람에 홍콩에서 런던까지 가는 13시간 동안의 탑승 시간동안 단 한 번도 기내식이 제공될 수 없다는 놀랍고도 어처구니없는 기내방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처음 나간 해외 여행지에서 그것도 둘러보니 전부 외국인뿐인 곳에서 난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 일본인이거나 중국인인줄 알았다. 하지만, 한국말로 승무원에게 무언가 말하는 낌새를 알아차린 난 냉큼 다가가 말을 걸어 보았다.
"안녕하세요, 한국인이신가요? 이를 어쩌죠?" "브리티시 애들이 기내식을 서비스해도 치우지 않아서 그렇대요." "어디로 가세요?" "런던 갑니다." "혹시 , 케세이 퍼시픽 또 타시나요?" "네, 앞으로 한 시간 뿐이 안 남았는데..."
그렇게 해서 미나 언니와 난 케세이 퍼시픽 홍콩 발 런던 행 비행기가 출발하기 전, 주어진 한 시간여 남짓을 홍콩 공항에서 함께 보내게 되었다.
갑작스런 노조 파업에 승객들과 승무원은 당황하고 자신들의 고객 서비스에 차질을 빚었다고 생각했던 항공사측은 13시간동안 굶을 승객들을 생각해서 출발 전 많이 먹어두라면서, 홍콩 공항 안의 지정된 식당 가운데 자유롭게 식사를 할 수 있는 쿠폰을 우리에게 주었다. 난 사실 이것이 쿠폰인 줄도 몰랐다. 영어를 잘 하는 미나 언니가 해석을 한 것이었다.
우린 당장 그 쿠폰을 들고 공항 안을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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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간 홍콩의 공항은 백화점 안의 매장 배치보다 더 복잡한 미로 같았다. 백화점은 직원 동선 공간이 소비자들에게 보이지 않게 설계하는 게 기본인데, 이 곳은 직원 동선이 그대로 드러난 희한한 구조였다. 또 직원 동선과 일반 승객이 가는 길을 구분하다보니, 길 중간에 막아 놓은 곳이 대부분이라 우린 눈 앞 보이는 화장실을 두고도 삥 돌아서 가야했고, 지도상 안내판으로 쉽게 찾았던 식당을 발견한다 해도 직원 동선을 피해 다시 공항 안을 돌고 또 뺑뺑 돌아야 했다. 가뜩이나 공항의 천장은 반원의 구처럼 둥글어서 무거운 짐을 끌고, 들고 도는 우린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Malibu" 이름뿐만이 아니라 실제로 재즈 선율과 와인 향기가 뿜어져 나오는, 2층에 자리 잡은 재즈 바에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 곳의 주인장 남자는 키가 작고 영어가 서툴렀지만, 무척 친절한 사람이었다. 말리부에서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며, 언니가 물었다.
"난 두바이로 여행 가는데, 넌?" "아. 전 런던에 동생 만나러 가요."
그 때 하필 "전 세계의 3대 석유는 무엇일까요?" 라는... 고등학교 학생들이 단체로 나와 퀴즈를 푸는 골든 벨인가 하는 프로그램에서 나왔던 문제가 떠올랐다. 아마 정답 중 하나가 두바이유였을 것이다. 집 안에 고등학생 하나 없는 우리 집 식구들은 평소 주말에 저녁을 먹으며 꼭 그 프로를 애청하곤 했다. 그러면서 서로 문제 맞출 수 있다는 잘난 척을 하곤 했는데, 아버진 그렇게 해서라도 나와 동생에게 무너진 자존심을 회복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랬기 때문에 난 당시 두바이가 석유인 줄만 알았지, 설마 중동 아랍에미리트란 이름도 길고 희한한 나라에 있는 도시 일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었다. 두바이라.....이름도 재밌어라! 피식
주문한 피나 콜라다와 블루 아일랜드가 나오고서야 우린 후회하고 말았다. 분위기 있던 그 곳은 진정 그 값어치를 하던 곳이었으니까. 우리가 가진 쿠폰에 명시된 금액으론 칵테일이 나오니 이젠 더 이상 음식을 시킬 수가 없었다. 그 쿠폰은 제한 금액이 있었던 것이다.
"왜 하필 두바이에 가세요?" "응, 두바이는 다른 곳에 비해 아직 인간의 손때가 덜 묻었기 때문이야. 또 모든 게 너무 풍부해서 살기 좋고..."
난 불현듯 가방을 열어 쵸코파이를 와르르 꺼내어 놓았다. 사실 여행 중 외국인 친구를 사귀게 되면 줄라고, 엄마에게 부탁해 싸온 것이었는데, 그게 이렇게 홍콩에서 우리들의 단촐한 저녁식사가 되어버릴 줄이야...
그렇게 말리부에서 언니랑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금방 한 시간이 지나 다시 비행기에 오르며 우린 자연스레 헤어졌다. 근데, 또 황당하게 기내식은 정상적으로 서비스 되는 것이 아닌가!
어차피 세상일이란 한치 앞도 가늠하기 힘든 것이다. 그것이 특히 여행 중일 땐 더더욱...
나중에 동생과의 런던 여행이 끝나고 두바이란 도시가 궁금해진 난 자료를 찾아보았다. 과연 여행 마니아인 언니가 찾아갈 만한 도시였다.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석유는 두바이에서 거의 나지 않는단다. 오일 머니들은 대부분 두바이 주변의 석유가 풍부한 도시에서 발생되는 것인데, 석유 부자들은 오히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두바이에 모여 있는 셈이었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건물들이 세워졌다 사라지는 도시. 전 세계 크레인의 10%이상은 두바이에 와 있음. 이란 믿기 힘든 유언비어도 나도는 도시. 아마 그 곳에서는 세계 부자들이 흥청망청 돈 쓰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으리라. 무엇보다도 세계적 수준의 금융 서비스를 소득세 한 푼 안 걷고, 정부 당국의 간섭도 없이 마음껏 거래를 할 수 있으니, 이것 참 언니 말대로 천국인가 싶었다. 신문의 기사를 읽는 동안 뭐, 나야 돈은 없지만서두 그런 곳에 여행을 간 사람들이 몹시 부러웠다.
지난여름에 두바이에 다녀온 그 언니는 잘 있을까? 한 번만 스쳐서 얼굴도 잘 기억이 안 나지만... "내 친구 말이 그 곳은 천국이래." 언니의 얼굴은 설레임으로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초등학교 교사이자 아직 미혼인 미나 언닌 방학을 이용해 두바이로 여행을 가던 차 홍콩의 공항에서 그렇게 한 시간여 가량 칵테일을 마시며, 나와 조우했다. 물론 그 뒤론 볼 수 없었지만, 가끔 이렇게 여행지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요즘 문득문득 그리워지곤 한다. 아마 그래서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하는 것이겠지...
추억할 수 있는 도시가 있고, 가끔씩 여행지에서의 내 기억을 끄집어내 주는 사람들이 있는 난, 그래서 요즘 한국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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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잡지를 샀다. 매달 17일쯤이면 이른 잡지는 나오는 판국에, 13일이나 14일에 잡지를 산다는 건 나처럼 어지간히 느린 인간이거나, 아님 트랜드가 궁금하던 차에 간신히 시류에 편승하는 기차에 막판에라도 올라탈려고 바둥대는 것과 같다. 근데, 사실 "잡지를 산다."하면 사회에서 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어차피 한 달이면 폐지 될껀데..." "은행가면 공짜로 보는데 뭣 하러 돈 주고 사?" 결국, 우리들 대부분의 이런 시시콜콜한 이유들로 인해 가뜩이나 재정이 어려운 잡지사들은 매 달 부록이라는 비장의 무기를 준비하곤 한다. 그런데, 이게 가끔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모름지기 선물이나 덤은 주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 다 즐거운 법. 이 때문에 잡지사는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아예 "부록전담반"을 두어 그 달 그 달 부록에 사활을 거는 C모 잡지사가 있는가 하면, 부록을 주는 다른잡지들과 강력한 차별화 정책을 꾀해 부록을 아예 없애버리고 대신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거는 잡지들도 있다. 그 와중에서 유독 한 해가 끝나는 12월 잡지사의 부록 쟁탈전을 보고 있노라면, 소비자 입장에선 즐거운 탄성이 절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 평소 “잡지 같은 건 관심없어!” 하고 외쳤던 친구들도 12월호만큼은 잡지를 한 두어 권 구입하는 경우를 많이 보아왔다. 마치 그때의 느낌은 이 잡지가 꼭 필요하거나 보기 위해 사려는 것이라기 보단 왠지 연말엔 잡지처럼 별 생각 없이 편하게 볼만한 책 한 두 권쯤 느긋하게 보아 주면서 세밑을 보내고 싶다는 달콤한 크리스마스 연말 분위기도 한 몫 할 것이다. 아니면, 지난 한 해 동안 잡지 값과 커피 값 아끼면서 빡빡하게 살아 왔으니, 이젠 나 자신에게 연말에 주는 보너스 보상 같은 것일 수도 있고, 혹은 힘든 출판사 사정을 뻔히 하는 처지에 "연말인데 잡지사에 인심 좀 써야지!”하는 생각을 지닌 보기드문 착한 소비자였다면 그들이 생산자를 걱정해주는 갸륵한 심리때문에 구입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 이 모든 이유들을 제치고, 많은 독자들이 연말에 유독 잡지를 많이 구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다이어리"나 "목도리", 또는 "머플러" , "무릎 담요"같은, 기분까지 따스해지는 그들의 부록(덤)들 때문이리라. 난 12월호 잡지 부록을 생각할 때면 언젠가 동생이 자신이 쓰고 싶은 털모자를 받기 위해 보지도 않을 여성 잡지를 산 후 잡지만 달랑 나에게 선물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부록이란 게 잡지의 가격과 수지 타산을 맞추다 보면 그다지 믿을만한 품질의 제품이 오는 경우는 굉장히 드물다는 것이다. 화장품이 부록일 경우 “정품 증정”이라고 잡지사들이 책 앞에 큰 글자로 강조를 하지만, 그래도 매장에서 제 값주고 사는 것보다는 왠지 못 미더운 느낌이 드는 게 사실 소비자 심정이다. 동생의 그 모자도 스키장 갈 떄 몇 번 쓰더니 금방 보풀이 일어 그다지 오래가지는 못했다. 역시나 시류에 편승하는 막차라도 타려고 난 12월 13일 퇴근 후 근처 서점을 뒤진 결과 올해 12월의 부록들도 만만치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가장 눈에 띈 건 레몬트리의 핑크 가계부, 이십대 여자들이라면 누구나 아는 쎄씨와 웰빙을 추구하는 얼루어, 깔끔한 인스타일 등은 전부 앙증맞거나 고급스러운 양장본 느낌의 다이어리를 내놓고 있었다. 난 일부러 지하철 서점을 찾기 위해 회사에서 사당역까지 버스를 타고 갔다. 사실 지하철 서점은 여러모로 불편하다. 내가 지하철 서점을 이용할 때도 오로지 잡지살 때밖에 없다. 지하철 서점은 일반 대형 서적들처럼 포인트가 누적되는 회원 카드도 없어 소비자입장에서는 손해이며, 또한 신용 카드도 받지 않는다. 오로지 현금이다. 온라인 서점들처럼 할인이나 적립금 같은 보너스도 없다. 심지어 오 천원이 넘는다 해도 현금 영수증 한 장 끊어주는 곳을 보지 못 했다. 하지만, 이런 단점들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하철 서점에서 잡지를 사는 건 솔직히 말하자면, 부록 때문이다. 그렇다. 지하철 서점에서 파는 잡지는 가끔 원래 그 달에 딸려서 나오는 부록들에다 덤으로 다른 부록도 한 개씩을 더 줄 때가 있다. 이건 판매자 입장에서 보면 그냥 과 월호 부록이었던 전에 팔다 남은 것들을 폐기 처분하는 것에 불과한걸 수도 있는데, 소비자인 난 그게 가끔 참 쏠쏠한 재미가 있더라..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레몬트리와 쎄씨 12월호를 사면서 원래 두 잡지의 부록인 가계부와 다이어리는 물론이고, 몇 달 전에 레몬트리의 부록이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예쁜 무늬의 가방까지 덤으로 받았다. 물론 그 가방을 받기 위해서 주인과 약간의 시간을 들여 가며 흥정을 벌여야했지만. 그러면서 서점 아줌마한테 내가 주제넘게 물어보았다. “있쟎아요. 전 지하철 서점에서 잡지사는 걸 좋아하는데요. 혹시 현금 영수증을 발행해볼 생각 없으세요?” 지하철 가판대안에서 물건을 파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다지 똑똑한 편이 아니라는 것을 깜빡하고 무의식적으로 튀어 나온 말이었다. “그러면 훨씬 더 잘 팔릴 텐데요. 제가 원래 인터넷으로 책을 사는데, 잡지 만큼은 꼭 지하철에서 사요. 하나씩 더 줘서 재밌거든요.”. 만약에 현금 영수증까지 발행한다면 더 잘 팔릴 텐데.....“ 여기는 그런거 없어요... 매달 나오는 여성 잡지의 부록을 볼 때면 가끔은 예전에 어머니따라 쭐래쭐래 갔던 시골장터에서 콩나물을 살 때 조금 더 얹어 주고 사과나 귤을 살 때 한 두개 더 넣어주던 상인들의 소박한 인심이 떠오른다. 지금이야 뭐 슈퍼에서 워낙 철저하게 저울로 달아 용량대로 포장해 정찰제로 파니까, 이런 풍경은 대부분 사라졌을 테지만. 가끔은 그렇게 흥정도 하면서 물건을 구입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내가 촌스러워서일까? 사실 흥정은 커녕 남에게 사소한 부탁도 잘 못하는 나이지만, 덤으로 받는 그 재미는 정말 너무 달콤하기 때문에 고로 12월에는 부록이 딸린 잡지를 사볼 것을 권한다. 본인이 남자라고 걱정하지 마시라. 여성잡지는 여성만 사는 게 아니다. 남편이 아내에게, 오빠가 동생에게, 혹은 남자친구가 여자친구에게...선물하면 된다. 누구나 살 수 있다. 센스넘치는 12월호 부록을 만나는 그 기쁨은 곧 다가올 새해를 기다리면서 추운 겨울 따뜻한 방바닥에 편히 배깔고 누워보는 잡지만큼이나 행복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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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서점에서 발견한 블로그 온이란 책이 나를 이곳으로 안내하였다. 좁고 답답한 싸이에서 벗어나, 사람들만 득실대는 네이버에서 벗어나, 이곳 얼음집에서 나의 새 삶을 꾸려 보련다. 2006년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_-v 홧팅!!!!!!!!!!!!!!!!!!!!!!! (언제나 외치는 홧팅... 이제 홧팅....외치기도 버거운 나이가 된 걸 솔직히 인정한다..-_-..)
by 작은 천사 루도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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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구리 세상
by 루도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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